서 론
원발성 복막수염(primary epiploic appendagitis)은 기저질환 없이 대장벽에 달린 복막수(epiploic appendage)에 염증과 괴사가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복막수의 염전과 주행하는 혈관의 혈전에 의해 발생한다[1,2]. 원발성 복막수염은 대부분 수일 이내에 저절로 호전되므로 항생제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질환은 발생 빈도가 드물고 비특이적 임상 증상을 가지므로 과거에는 급성 복통의 다른 원인 즉, 급성 충수염이나 합병증을 동반한 게실염으로 오인되어 개복술 후에 진단되기도 하였으나 요즘은 복부 초음파검사나 전산화단층촬영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비록 복막수는 대장벽에 달려 있지만 복막수염에 동반되는 대장벽 자체의 변화는 비교적 드물다[3,4]. 이에 저자는 급성 복통으로 내원하여 초음파검사와 전산화단층촬영으로 진단된 인접한 대장벽의 비후를 동반한 원발성 복막수염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9세 남자 환자가 2일 전부터 발생한 좌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통증은 갑자기 시작되었으며 지속적이었고 위치 변화는 없었다. 내원 당시 식욕 부진, 오심 및 설사는 없었으며 열, 오한, 호흡기계 및 비뇨생식기계 증상도 없었다. 기저질환은 없었고 수술 병력도 없었다.
이학적 검사상 환자는 급성 병색을 나타내었으며, 정상적인 장음이 청진되었고 좌하복부에 국소적인 압통이 있었으나 반발통은 저명하지 않았고 만져지는 종물은 없었다.
복부 초음파검사(LOGIQ S7; GE Healthcare, Chicago, IL, USA)에서 압통이 있는 부위에 얇은 저에코의 테두리를 가지는 난원형의 고에코의 종괴가 관찰되었다. 종괴는 구불결장 앞쪽 벽에 붙어 있었으며 인접한 장벽의 비후가 관찰되었다(Fig. 1A). 색도플러검사에서 종괴 내에 혈류신호는 보이지 않았다(Fig. 1B). 복부 전산화단층촬영검사에서 구불결장의 근위부 앞쪽에 경계가 뚜렷한 얇은 고음영의 테두리에 둘러싸인 지방음영의 종괴와 주변 지방의 가닥들이 관찰되었다. 또한 인접한 구불결장의 벽이 두꺼워지고 조영증강된 소견도 관찰되었다(Fig. 2). 결장경검사는 정상 소견이었다(Fig. 3). 환자는 원발성 복막수염으로 진단되었으며 보존적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
고 찰
복막수는 1543년 Vesalius가 처음으로 기술한 대장의 장막면으로부터 돌출된 작은 맹낭 구조물로서 지방 조직 및 1-2개의 소동맥과 1개의 소정맥으로 이루어진다[5]. 장측 복막(visceral peritoneum)에 위치하며 맹장에서 직장구불결장 이행부에 이르기까지 약 50-150개 정도가 분포되어 있다. 대부분은 1-2 cm의 두께와 0.5-5 cm의 길이(평균 3 cm)를 가지는 비교적 가느다란 모양을 하고 있다[2]. 복막수의 기능은 명확하지 않으나 국소적인 감염이나 염증에 대한 방어 역할, 기아나 영양 장애가 있을때 에너지 공급을 위한 지방 저장소로서의 역할, 대장 연동운동의 완충 역할, 대장이 수축되어 있는 동안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 등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1].
복막수는 제한된 혈액 공급 및 매달려 있는 모양과 대장 연동운동에 따른 심한 움직임 때문에 염전, 허혈 또는 출혈성 경색이 생기기 쉽다. 또한 염전에 의하지 않고도 소정맥의 혈전의 결과로 비슷한 병태생리가 일어날 수 있다. 심한 운동 후에 복막수의염전이 발생하기도 하며 복막수염 환자의 일부는 운동과 연관이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복막수염은 1956년 Lynn 등[6]에 의해 명명되었고, 그 발병 원인에 따라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속발성 복막수염은 주변 장기의 염증에 의하여 이차적으로 복막수에 염증이 일어나는 것으로 게실염, 충수염, 담낭염, 신우신염 및 크론씨 대장염 등이 선행 원인이 될 수 있다[2].
원발성 복막수염은 기저질환 없이 대장벽에 달린 복막수에 염증과 괴사가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복막수의 염전과 주행하는 혈관의 혈전에 의해 발생한다[1,2]. 여자보다는 남자에서 약간 더 많이 발생하거나 비슷하게 발생하며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20-40대의 성인에서 호발한다. 원발성 복막수염의 증상은 복통으로 비교적 급격히 발생하고, 환자가 한 손가락으로 통증 부위를 가리킬 수 있을 만큼 국소화(localization)가 확실하다. 또한 급성 충수염과는 달리 원발성 복막수염의 복통은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지만 체위의 변화에 따라 이동할 수 있으며 위치가 구불결장인 경우 구불결장의 유동성에 의해 통증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7]. 복통은 대개 지속적이고 좌하복부나 우하복부에 주로 발생한다. 과거 논문에서는 우하복부에 더 호발하였다고 보고되었으나, 최근에는 좌하복부에 더 호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3]. 대부분의 경우 복통은 3-7일 지속되나, 일부에서 수주간 지속되기도 한다[3]. 오심과 구토가 일부에서 동반되기도 하지만 대장 게실염과는 달리 배변습관의 변화는 거의 없다고 한다. 10-30%의 환자에서는 종괴가 촉진되기도 하며[2], 일반적으로 발열은 없지만 있어도 38.3℃는 넘지 않는다고 한다. 원발성 복막수염의 검사실 소견은 비특이적이며 말초혈액 백혈구 수는 정상이거나 경미하게 상승되기도 한다[3,7]. 초기에는 비만이 이 질환 발생의 중요한 인자로 알려졌으나 연구에 따라 이러한 관계가 입증되지 못하여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1].
원발성 복막수염은 대부분 합병증 없이 자연치유가 되므로 수술을 요하는 급성 복증과의 감별이 중요하다[7]. 임상적으로 감별하여야 할 질환으로는 급성 게실염과 충수염이 중요하며 난소낭종의 염전, 담낭염, 복강내 고환의 염전, 대망경색, 복벽의 농양, Richter씨 헤르니아 그리고 결장의 종양 등이 있다[2]. 이 질환은 발생 빈도가 드물고 비특이적 임상 증상을 가지므로 과거에는 급성 복통의 다른 원인으로 오인되어 개복술 후에 진단되기도 하였으나 요즘은 복부 초음파검사나 전산화단층촬영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초음파검사에서 비교적 경계가 좋은 고에코, 고형의 압박되지 않는 난형의 종괴가 대장벽에 인접해 있고, 검사시 국소 압통을 동반하며 저에코의 테두리를 보이는 특징적인 소견들이 관찰될 수 있기 때문에 초음파검사는 원발성 복막수염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3]. 종괴는 주로 복벽 바로 아래에서 관찰되며 최대 압통 부위에 위치한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일반적으로 정상 복막수는 관찰되지 않지만 복막수염이 생기면 약 1-4 cm 크기의 난형의 지방음영의 종괴로 관찰된다. 주위에 1-2mm 두께의 고음영의 고리모양 띠를 동반하며 중심부에 종종 고음영 초점을 보이며 복막수 주변 지방의 가닥들을 보이기도 한다[3,4,8]. 또한 종괴에 의한 주위 장관의 외인성 압박 소견이 종종 관찰된다. 원발성 복막수염의 초음파 및 전산화단층촬영 소견들이 모두 특징적이나 초음파는 전산화단층촬영에 비해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여러 방향으로 검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관 연동운동을 직접 볼 수 있고, 점진압박법으로 병변의 압박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종괴와 인접 장관과의 관계나 결장벽의 변화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술자에 의존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전산화단층촬영은 원발성 복막수염의 진단에 보다 객관적인 소견을 보이며 감별하여야 할 질환인 급성 충수염과 게실염 등을 배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발성 복막수염은 대부분 수일 이내에 저절로 호전되므로 항생제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고 증상이 소실된 후 재발도 거의 없다. 원발성 복막수염의 빈도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질환의 특성으로 내원하지 않고 호전된 경우를 감안할 때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3]. 드물지만 염증 또는 괴사가 있는 복막수가 복벽이나 인접 장관에 부착하여 장중첩을 일으키거나 농양으로 진행하는 등 중증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경과 관찰이 필요할 수 있다.
원발성 복막수염은 비특이적인 임상 증상을 보이나 초음파와 전산화단층촬영으로 진단이 가능하고 대부분 자연치유가 되기 때문에 급성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 중에서 불필요한 내과적 또는 수술적 치료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 질환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복부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비교적 흔한 질환인 급성 게실염, 충수염과 함께 원발성 복막수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초음파검사에서 원발성 복막수염의 특정적인 소견을 보이더라도 하복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의 배제를 위해 전산화단층촬영이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