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인슐린종(insulinoma)은 저혈당의 증상이 발생한 환자에서, 72시간 금식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인슐린과 전구인슐린, C-펩티드(connecting peptide, c-peptide)가 상승하면서 혈중, 뇨중 설포닐우레아가 검출되지 않을 때 진단이 가능하다[1]. 인슐린종의 진단 후, 수술적 치료를 위해서는 인슐린종의 위치 확인이 필요한데, 복부컴퓨터단층촬영(abdominal computed tomography, abdominal CT)은 상대적으로 비침습적인 검사이면서도, 문헌에 따라서 90% 이상의 높은 민감도를 보여 주기에 임상에서 인슐린종의 위치 확인에 있어 일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영상학적 진단법이다[2,3]. 한편, 초음파내시경(endoscopic ultrasound, EUS)의 경우에는 복부 CT 이상의 진단 민감도를 보여주나 상대적으로 침습적인 검사로 인식되고 있다[2]. 저자들은 다중조영증강 복부 CT에서 확인되지 않은 인슐린종을 조영증강초음파내시경(contrast enhanced endoscopic ultrasound)으로 위치 확인을 하여 수술 후 저혈당이 완치된 1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특별한 과거력이 없는 36세 여자 환자가 내원 당일 오전 9시경 발생한 의식저하를 주소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최근 과로하고 있었으며, 식사가 불규칙하였으나, 최근 복용 중인 약제나 건강 보조식품은 없었다.
이학적 소견에서, 생체 징후는 정상 소견이었다. 혈액검사 상에서는 포도당(glucose) 수치가 36 mg/dL로 낮게 측정된 것 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었으며, 흉부와 복부 단순사진 및 뇌 CT 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저혈당을 확인 후, 응급실에서 시행한 인슐린 수치는 79.33 uIU/mL, C-펩티드 수치는 7.64 ng/mL로 증가되어 있었고, 환자는 응급실에서 포도당 수액 투여 후 의식이 호전되었으며, 저혈당으로 인한 의식저하로 판단되어 입원하였다.
입원 2일째, 환자는 어지러움증과 식은땀을 호소하였고, 증상 발생시, 혈액검사상 포도당 수치 38 mg/dL로 재차 저혈당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동시에 채혈한 검사에서 인슐린 42.30 uIU/mL, C-펩티드 7.97 ng/mL로 증가된 소견이 확인되었으며, 인슐린 항체 또한 음성으로 나와, 인슐린종으로 인한 저혈당 진단 하에, 인슐린종에 대한 위치 확인을 위해 다중 조영증강 복부 CT를 시행하였다. 복부 CT 검사상 조영전기, 동맥기, 문맥기 어디에서도 췌장의 내부나, 인접 부위의 국소 병변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간과 림프절 등 주변 장기와 기관의 특이 이상 소견도 관찰되지 않았다(Fig. 1).
이후에도 환자는 지속적인 공복 저혈당이 발생하였고, 인슐린종의 위치 확인을 위해 조영증강초음파내시경(contrast enhanced endoscopic ultrasound, CE-EUS)을 시행하였다. CE-EUS에서 췌장 꼬리 부분, 비정맥과 인접한 곳에 크기 21 × 9 mm의 균질한 저에코의 장방형 종괴가 발견되었으며, 조영제 투여시, 동맥기 초기에 주변 췌장 조직에 비하여 강하게 과조영되는, 신경내분비종양의 소견을 보였다(Fig. 2).
해당 종괴의 인슐린종으로서의 기능 평가를 위해 선택적 동맥칼슘자극검사(selective arterial calcium stimulation, SACS)를 시행하였다. 위십이지장동맥(gastroduodenal artery), 상장간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비동맥(splenic artery)에서 각각 칼슘 자극 전, 자극 후 30초, 60초, 120초에 채혈을 시행하였으며, 시행 결과, 비동맥에서 자극을 하였을 때만, 자극 전과 비교하여 2배 이상의 인슐린 수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에 EUS에서 확인된 췌장 꼬리 부분의 덩어리를 인슐린종으로 판단하여 수술 치료를 시행하기로 하였다(Fig. 3).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되었고, 수술 소견상, 췌장 꼬리 표면에 달걀 모양의 덩어리가 확인되어 적출을 시행하였다. 육안단면상 크기가 2.7 × 2.0 cm의 경계가 좋은, 옅은 갈색의 종괴였다(Fig. 4A). 조직학적 소견상 난원형의 종양세포가 비교적 균일하고 중등도의 호산성 세포질을 가지고, 소금-후추(salt-and-pepper) 형태의 균일하게 퍼진 염색질 소견을 보였다(Fig. 4B). 괴사는 없었고 유사분열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종양세포는 면역조직학학염색상 내분비과립 표지자인 시냅토파이신(synaptophysin) (Fig. 4C)과 CD56 (Fig. 4D)에 양성으로 신경내분비종양에 합당하였다(Fig. 4). 수술 후 환자는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고, 이후 저혈당의 재발이나 당뇨병의 발생 없이 외래에서 경과관찰 중에 있다.
고 찰
인슐린종은 췌장의 기능성 신경내분비종(neuroenodocrine tumor) 중 가장 흔하지만, 발병률이 백만 명 중의 4명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질환이다. 대부분 산발적으로 발생하나, 10%에서는 다발성 내분비 샘종증 1형(multiple endocrine neoplasia type 1)과 연관되어 유전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인슐린종의 약 90% 가량이 양성으로 알려져 있고, 약 90%가 단독 병변이며, 90% 이상에서 췌장 내부에서 발생하며, 90% 가량이 직경이 2 cm 미만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
인슐린종은 주로 밤 사이 금식 후, 운동 후와 같은 상황에서 저혈당이 생길 때 의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왔으나, 식후 저혈당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슐린종으로 인한 지속적인 저혈당 유발은 신경 포도당 결핍(neuroglycopenic)으로 나타나는데, 혼란, 어지러움증, 행동 변화, 심하면 간질이나 혼수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인슐린종의 진단은 72시간 금식검사에서 저혈당이 유발되었을 때, 인슐린과 전구인슐린, C-펩티드가 상승하면서 혈중, 요중 설포닐우레아가 검출되지 않을 때 가능하며, 이 방법으로 최대 99%에 이르는 인슐린종의 진단이 가능하다.
인슐린종은 수술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진단이 된 이후에는 그 위치의 확인이 중요하다. 인슐린종은 대부분 췌장 내부, 혹은 췌장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으며, 췌장과 떨어져 있는 경우는 2% 미만에 불과한데, 대부분 십이지장 벽 부근에서 확인된다.
인슐린종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로는 비침습적인 검사법과 침습법인 검사법들이 있다. 대표적인 비침습적인 검사법인 복부 초음파, 복부 CT, 복부 자기공명영상(abdomi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검사 민감도는 각각 9-64%, 33-64%, 40-90%로 보고되었다[4-6]. 이 중 복부 CT의 경우 최근 기술적 발달 덕분에 조영전기, 동맥기, 문맥기의 다중 조영증강법을 이용하여 민감도를 95.3%까지 증가시켰다는 보고가 있으며, 인슐린종의 간전이를 확인하는데 용이하고, 또한 국내 의료 환경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검사 비용 덕분에 실제적으로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진단검사 방법 중의 하나이다[2,7].
침습적인 검사법들 중에서는 EUS와 SACS가 현재까지 효과적인 검사로 인정받고 있다. EUS의 경우 시술자의 숙련도가 검사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86.6-92.3%의 높은 민감도를 보이며, 5 mm 가량의 작은 인슐린종도 확인할 수 있고, 특히 췌장 머리 부분에 위치한 종양을 검사하는데 유용하다[2,5,8]. EUS 상에서 인슐린종은 대부분이 균질한 저에코(homogenousely hypoechoic)를 띠며, 둥글고 분명한 경계를 갖는 모습으로 나타난다[1]. 최근 조영증강초음파 기술의 발달로 조영증강초음파 내시경검사를 시행함으로 종양의 조영증강 소견에 따라 감별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신경내분비종양의 경우 동맥기에 주변의 췌장 조직에 비해 과조영되는 것이 특징이다[9].
SACS는 칼슘이 인슐린종의 과기능성 베타세포를 자극하여 인슐린을 많이 분비시키는 것에 착안한 검사이다. 췌장 주위의 주요 동맥에 칼슘을 선별적으로 주입하여, 증가하는 인슐린 농도가 2배가 넘는 것을 기준으로 인슐린종의 위치를 확인하는 검사법으로 EUS와 마찬가지로 시술자의 숙련도가 중요하나 84-94%의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검사이다[7,10].
CT는 비침습적이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그리고 기술의 발전을 통한 높은 민감도 덕분에 인슐린종 환자에서 위치 확인을 위해 일차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상학적 검사이다. 본 증례는 다중조영증강 CT에서 확인되지 않는 병변이 내시경 초음파에서 확인된 사례로서, 임상적으로 인슐린종이 강하게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내시경 초음파를 비롯한 추가적인 검사의 시행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