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갑상선 실질 질환이라 함은 갑상선 실질에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들을 말하며, 그레이브스병, 하시모토 갑상선염, 아급성선 갑상선염, 급성 갑상선염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들에서 갑상선 기능이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치료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갑상선 실질 질환의 감별진단에 도움이 될 갑상선 초음파 소견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본 론
갑상선 실질 질환을 갑상선 초음파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갑상선의 크기, 갑상선 실질의 에코음영(echogenicity), 에코형태(echotexure), 갑상선 실질의 혈류량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1].
먼저 갑상선의 크기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각 엽의 폭(width), 두께(anteroposterior dimension), 길이(length) 세 방향을 측정하고, 협부의 두께를 측정하여야 한다. 정상 성인에서 갑상선 각 엽의 폭과 두께는 1.3–2.0 cm, 길이는 4–6 cm, 협부의 두께는 0.5 cm 미만이다. 하지만 갑상선의 크기는 나이, 성별, 체중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2-4].
갑상선 에코음영의 분류는 정상 갑상선의 에코음영을 기준으로 하며, 정상 에코음영과 저에코음영으로 분류한다. 다만, 정상 이하선도 에코음영 기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갑상선 실질의 에코형태는 에코음영이 균질한지에 따라, 에코음영이 균질하다면 균질성 에코형태, 에코음영이 균질하지 않고 거친 에코음영을 보인다면 불균질성 에코형태로 분류한다. 갑상선의 혈류량은 정상, 증가, 감소로 분류한다[1,5].
그레이브스 병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IgG 자가항체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러한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자가항체(thyroid stimulating hormone [TSH] receptor antibody)는 수용체를 자극하여 갑상선 호르몬의 생성을 증가시키며, 갑상선조직의 증식과 갑상선의 비대를 유발한다. 그레이브스병은 내인성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브스병의 진단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소견과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자가항체의 존재, 갑상선 동위원소 스캔상 요오드 섭취 증가 등으로 진단할 수 있고, 그레이브스병의 진단에서 갑상선초음파의 역할은 절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갑상선염과의 감별이 필요할 때, 혹은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 전 갑상선의 용적을 평가할 때 등의 경우에서 갑상선 초음파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6-8].
그레이브스병에서는 세포밀도는 증가되고 콜로이드는 감소되어 콜로이드와 세포 사이공간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그레이브스병의 갑상선 초음파 소견은 갑상선의 전반적인 비대와 저에코음영 갑상선 실질 소견을 보이게 된다(Fig. 1A). 그레이브스병에서는 갑상선 동맥의 직경 증가(3–4 mm), 유속의 증가(> 100 cm/sec), 말초 저항의 감소로 인해 특징적인 혈류량의 증가를 보이는데, 도플러 상, 마치 용암이 끓어오르는 것과 같이 보인다고 하여 ‘thyroid inferno’라고 표현하기도 한다(Fig. 1B). 그레이브스병에서는 하갑상선동맥의 최고 수축기 속도가 120 m/s까지 증가될 수 있다[9,10].
하시모토 갑상선염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림프구 침윤으로 인해 갑상선의 여포 직이 파괴되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 혹은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등으로 불린다. 환자들에게는 갑상선 과산화효소와 갑상선 글로불린에 대한 자가항체가 증가되어있으며, 항 갑상선 과산화효소 자가항체(anti-thyroid peroxidase antibody, 항-TPO항체)는 약 90%의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게서, 항 갑상선 글로불린 자가항체(anti-thyroglobulin antibody, 항-Tg항체)는 60–80%의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게서 발견된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진단은 이러한 자가항체들의 확인에 기반하지만, 10–15%의 환자들은 이러한 항체가 음성일 수 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5%의 환자들은 질병의 시작기에 ‘하시항진증’이라고 불리는 갑상선 중독증을 경험하기도 한다[11,12].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전형적인 초음파 소견은 소엽형태를 보이는 불균질한 에코형태와 미만성으로 종대된 저에코성 에코음영을 가지는 갑상선 실질 소견을 보이며, 고에코성 섬유화 격막 소견을 내부에 동반한다(Fig. 2). 갑상선 하방에 림프절 비대를 흔히 동반하므로, 부갑상선 종양과 감별이 필요할 수도 있다[13].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초기에서는 미만성 고이터와 함께 경계가 불분명한 저에코성 병변들을 관찰할 수 있으며, 갑상선 전체에 다발성 미세결절화 소견을 보일 수 있다(Fig. 3). 갑상선의 혈류량은 감소, 정상, 증가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혈류량의 증가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의 증가에 의해 주로 나타나며, 갑상선 자극호르몬이 정상화되면 혈류량은 감소하게 된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 나타나는 혈류량 증가 소견은 일반적으로 유속이 정상범위 이상으로 증가하지는 않아, 그레이브스병에 나타나는 혈류량 증가 소견과 구분될 수 있다. 만성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 갑성선의 위축이 진행되면 불균질한 에코형태를 보이는 위축된 저에코성 갑상선 실질 소견을 보이며, 갑상선 혈류량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9,14,15].
아급성 갑상선염
아급성 갑상선염은 ‘de Quervain 갑상선염’으로도 알려져 있는 염증성 갑상선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 후 유발될 수 있는 일과성 질환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갑상선염 발생 이전에 상기도 감염의 병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COVID-19 역시 아급성 갑상선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은 세포독성 T 림프구를 자극하여 갑상선의 여포세포에 파괴를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러한 면역반응은 자가면역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절로 호전되는 임상경과를 보인다. 아급성 갑상선염의 임상 증상은 목의 통증과 미열, 갑상선의 종대, 갑상선 중독증의 증상 등을 동반할 수 있으며, 혈액 검사상 적혈구침강속도의 증가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환자들은 대부분 압통을 동반한 고이터를 보이는데, 갑상선의 압통은 한쪽 엽에서 시작해서 반대쪽 엽으로 전파되기도 한다[16,17].
아급성 갑상선염에서 갑상선 기능은 시기에 따라 갑상선 중독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정상 갑상선 기능 등이 모두 나타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따라 갑상선 초음파 소견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컬러도플러에서는 현저하게 감소한 혈관 분포가 확인된다[18].
초기의 아급성 갑상선염은 일반적으로 경계가 불분명한 국소 저에코성 병변을 보이는데, 이러한 병변은 간혹 악성을 시사하는 갑상선 결절로 오인되고는 한다. 감별을 위해서 경부 압통 및 혈액검사상 염증 소견 등을 확인하여야 하며, 초음파 프로브로 압박 시 압박 부위의 통증 소견 역시 감별에 도움이 된다. 아급성 갑상선염이 좀더 진행하게 되면 갑상선의 전반적인 비대소견과 미만성 저에코성 병변을 보이는데,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하여 ‘lava flow’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급성 갑상선염의 회복기에서는 갑상선초음파상 거의 정상 소견으로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갑상선의 위축이 진행되기도 한다(Fig. 4) [19,20].
급성 화농성 갑상선염
갑상선은 높은 요오드 함량, 풍부한 혈류량과 림프관, 과산화수소의 생성 등의 이유로, 일반적으로는 감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성인의 급성 화농성 갑상선염은 이상와누공(pyriform sinus fistula)과 같은 구조적인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 발치, 심내막염, 세침흡인 검사 후 발생할 수도 있다[21,22].
갑상선 내 농양은 초음파상 내부에 잔해를 동반한 경계가 불분명한 저에코성 병변으로 보인다. 농양 내부 가스 형성 소견이 보일 수 있으며, 주변 임파선 종대 역시 관찰될 수 있다. 갑상선 기능검사는 대부분 정상을 보이나, 드물게 갑상선 중독증을 보이기도 한다. 갑상선 세침흡인 검사로 농양을 확인하는 것 역시 급성 화농성 갑상선염의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23].
급성 화농성 갑상선염 역시 질병의 단계에 따라 다양한 초음파 소견을 보일 수 있는데, 초기 염증기에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저에코성 병변만을 보여 아급성 갑상선염과 혼동되기 쉽다. 급성 염증기에는 저에코성 병변이 주변 갑상선 실질로 퍼져나가며, 갑상선 조직을 파괴하며, 농양이 형성되는 것을 초음파상 확인할 수 있다. 후기 염증기에는 경계가 불분명한 저에코성 병변과 함께 갑상선의 위축이 관찰된다(Fig. 5) [24,25].
급성 화농성 갑상선염이 치료된 후에는 반드시 바륨 검사 혹은 전산화 단층촬영 등을 이용하여 구조적인 이상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