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담낭 용종은 담낭 내강으로 돌출된 병변을 말하며, 성인의 약 5%에서 발견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1]. 담낭 용종은 양성(benign)과 악성(malignant) 용종으로 나뉘며, 양성 용종은 다시 비신생물 용종(non-neoplastic polyp)과 신생물 용종(neoplastic polyp)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담낭 용종은 비신생물 용종(non-neoplastic polyp)이지만, 약 3-8% 정도는 신생물 용종(neoplastic polyp)으로 담낭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1].
가장 최근 발표된 2019년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종양 분류기준에 따르면 담낭의 상피성 종양 중 전암성 병변은 선종(adenoma), 담관상피내종양(biliary intraepithelial neoplasm, BilIN), 담낭내유두종양(intracholecystic papillary neoplasm, ICPN) 세 가지이다[2]. 담낭암 환자의 생존율은 병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상피내암종(carcinoma in situ)의 경우, 5년 생존율은 80%이지만, stage 4b의 경우 2% 밖에 되지 않는다[3]. 따라서, 임상의가 담낭 상피성 종양 중 전암성 병변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저자들은 크기가 증가하는 담낭 용종을 가진 환자에서 담낭 절제술 후 담낭내유두종양(ICPN)으로 진단된 환자를 경험하여, 이 증례를 간단한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2세 여자가 타 병원에서 시행한 복부 초음파에서 담낭 용종 크기가 증가하여 본원으로 의뢰되었다. 타 병원에서 2년 전 시행한 복부 초음파에서 담낭 용종은 7 mm였는데 최근 11 mm로 용종의 크기가 증가하였다(Fig. 1). 환자는 만성 B형 간염, 철 결핍성 빈혈, 자궁 근종으로 타 병원에서 추적 관찰 중이었다. 만성 B형 간염은 면역비활동기(immune-inactive phase)로 항바이러스 치료 없이 추적 관찰 중이었다. 그 외 특별한 과거력은 없었고, 음주력이나 흡연력도 없었다. 환자는 특별한 증상은 호소하고 있지 않았으며, 복부 진찰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헤모글로빈 10.1 g/dL로 감소되어 있었으나,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28 IU/L,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26 IU/L, 총 빌리루빈 0.55 mg/dL, 혈중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 8.8 mg/dL, 크레아티닌(creatinine) 0.49 mg/dL 및 프로트롬빈시간(prothrombin time) INR 1.02로 정상 소견으로 보였다. 종양표지자 알파태아단백(alpha-fetoprotein), 암태아성항원(carcinoembryonic antigen), 암항원(cancer antigen) 19-9 (CA 19-9)은 모두 정상이었다. 혈청 바이러스 검사는 HBs Ag/Ab (+/-), HBe Ag/Ab (-/+), HBc Ab (+), hepatitis B virus DNA 82 IU/mL였다.
정밀 검사를 위해 본원에서 시행한 내시경 초음파 검사 결과 12 mm 크기의 유경성(pedunculated) 담낭 용종이 발견되었고, 용종에 고에코성 반점은 없었다. 담낭 벽의 비후는 보이지 않았다. 소노뷰(Sonovue®; Bracco, Geneve, Switzerland)를 사용하여 조영증강을 시행하였으며, 12 mm 용종은 동맥기에 불균질성(heterogenous) 고증강(hyperenhancement) 소견을 보였다(Fig. 2). 선종성 용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담낭 절제술을 환자에게 권유하였으나, 환자는 추적 관찰을 원하였다. 6개월 후 시행한 복부 초음파에서 담낭 용종은 14 mm로 크기가 더 증가한 소견을 보였다(Fig. 3). 담낭 용종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환자에게 다시 한 번 담낭 절제술을 권유하였고, 환자가 수술에 동의하여 복강경 담낭 절제술을 시행 후 2일만에 퇴원하였다.
고 찰
담낭 용종은 콜레스테롤 용종이 가장 흔하지만, 일부는 신생물 용종(neoplastic polyp)으로 담낭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담낭 용종의 크기는 가장 잘 알려진 악성화 위험인자로, 10 mm 이상의 담낭 용종은 10 mm 이하의 담낭 용종에 비해 악성화 위험도가 43-77%까지 증가하며, 20 mm 이상의 담낭 용종은 100%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4]. 그 외 알려진 담낭 용종의 악성화 위험인자로는 무경성 용종(4 mm 이상의 담낭벽 비후를 포함), 60세 이상의 나이,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primary sclerosing cholangitis) 등이 있다[5]. 가장 최근 발표된 담낭 용종의 치료 및 추적 관찰에 관한 유럽 진료 지침에서는 10 mm 이상의 담낭 용종의 경우 담낭 절제술을 추천하였다. 만약 담낭 용종에 의한 증상이 있거나, 용종의 크기가 6-9 mm라고 하여도 악성화 인자가 있다면 수술을 권유하였다[5]. 또한 추적 관찰 도중 담낭 용종의 크기가 10 mm 이상으로 자란다면, 담낭 절제술을 하는 것을 추천하였다[5]. 본 증례에서 환자는 처음 담낭 용종의 크기가 7 mm였으나, 추적 관찰 도중 11 mm로 증가하였고, 수술을 원하지 않아 추적 관찰하던 중 크기가 14 mm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담낭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에서 담낭 용종은 담낭내유두종양(ICPN)으로 진단되었다. 2019년 WHO 종양 분류기준에 의하면 담낭의 상피성 종양 중 전암성 병변은 세 가지로, 선종(adenoma), 담낭내유두종양(ICPN), 담관상피내종양(BilIN)이 있다(Table 1) [2]. 선종(adenoma)은 형태학적 분류에 따라 세관형(tubular), 유두 모양(papillary), 세관유두 모양(tubulopapillary)으로도 나눌 수 있는데, 그중 세관형(tubular)이 가장 많은 유형이다[6]. 선종(adenoma)은 구성하는 상피 세포의 종류에 따라 장형(intestinal), 유문형(pyloric), 소와형(foveolar) 및 담도형(biliary)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유문형(pyloric)이 가장 흔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7]. 유문형 선종(pyloric gland adenoma, PGA)은 점액샘(mucinous gland)이 세관(tubular) 모양으로 균일하게 배열된 비침습성 신생물(non-invasive neoplasm)이다. 보통 육안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5 mm 이상의 크기이며, 면역화학염색 시 MUC6에 양성을 보인다[8].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육안 검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10 mm 이상 크기의 폴립 모양의 종괴를 형성하는 비침습성 신생물(non-invasive neoplasm)을 말한다[8]. 담낭 내강 내로 돌출성 성장을 하는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췌담관계 유두상 종양(intrapapillary mucinous neoplasm)의 담낭 내 발병 형태로 생각된다[1].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장형(intestinal), 위형(gastric), 담도형(biliary), 종양세포형(oncocytic)으로 구분할 수 있다[2]. 조직학적으로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유두 모양(papillary)과 세관형(tubular)이 섞여 있는 양상을 보이는데, Adsay 등[9]이 123명의 담낭내유두종양(ICPN)을 가진 환자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43%에서는 유두 모양(papillary)이 우세하였고, 26%에서는 세관형(tubular)이, 그리고 31%에서는 세관유두 모양(tubulopapillary)이 우세하였다. 면역화학염색 시 장형(intestinal)은 CK20, caudal-type homeobox 2 (CDX2) 및 MUC2 양성, 위형(gastric)은 MUC6 양성, 담도형(biliary)은 CK7 및 MUC1 양성, 종양세포형(oncocytic)은 MUC1 양성을 보인다[9].
2019년 WHO 종양 분류에서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선종(adenoma)과 다르게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 병리학적 진단에 있어 이 두 가지 종양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병리 진단 분류가 모호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10-20 mm 크기의 용종을 담낭내유두종양(ICPN)과 선종(adenoma) 중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는 병리학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WHO 종양 분류에서 10 mm 이상의 크기의 용종은 담낭내유두종양(ICPN)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본 증례의 용종은 14 mm였으므로 저자들은 이를 담낭내유두종양(ICPN)으로 진단하였다.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비교적 최신의 개념이고, 선종(adenoma)과 정확히 분류되지 않는다는 문제로 인하여, 이 두 가지를 비교한 연구는 많지 않다. Nakanuma 등[10]의 연구에 의하면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집적화된 무경성형(conglomerated sessile type)과 단일 유경성형(isolated polypoid type)으로 나뉠 수 있다. 38개의 담낭내유두종양(ICPN) 중 집적화된 무경성형(conglomerated sessile type)이 30개, 단일 유경성형(isolated polypoid type)이 8개로, 집적화된 무경성형(conglomerated sessile type)이 단일 유경성형(isolated polypoid type)보다 더 많았다[10]. 또한, 14개의 위형 담낭내유두종양(gastric type ICPN, gIPCN)과 7개의 유문형 선종(PGA)을 비교한 Nakanuma 등[11]의 연구에 의하면, 유문형 선종(PGA)은 유경성(pedunculated) 또는 무경성(sessile) 모양을 보이며, 주변 점막과 잘 경계 지어져 있으며, 주위 점막의 점막 내 종양(intraepithelial neoplasm)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위형 담낭내유두종양(gIPCN) 중 9개의 집적화 된 무경성형(conglomerated sessile type)에서는 주변 조직에서 고등급 담관상피내종양(high-grade BilIN)이 동반되는 경우가 7개였고, 5개의 단일 유경성형(solitary polypoid type)에서는 주변 조직에서 점막의 점막 내 종양(intraepithelial neoplasm)이 보이지 않았다[11].
초음파에서 선종(adenoma)은 유경성(pedunculated) 혹은 무경성(sessile) 용종으로, 크기는 5 mm에서 20 mm 정도이며, 담낭석이나 만성 담낭염과 동반되어 있을 수 있다[12]. 선종(adenoma)은 조영증강 초음파(contrast-enhanced harmonic ultrasound)에서 동맥기에 조영증강될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 용종에 비해 목(stalk)이 더 두껍다고 알려져 있다[13]. 담낭내유두 종양(ICPN)의 초음파 소견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고, 대부분이 증례 보고이다[14,15]. 초음파에서 담낭내유두종양(ICPN)은 유경성(pedunculated) 또는 무경성(sessile) 용종 모양을 보이거나[14] 담낭벽의 불규칙적인 비후 등의 소견을 보인다[15].